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로스앤젤레스로 넘어온 지 일 년쯤 되었으니 블로그 글 올리는 것도 일 년 정도 된 거 같아요.
2023년 1월 4일 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하다. 갑자기 로스앤젤레스에 흥미로운 공지가 떠서 다시 한번 맨땅에 박치리를 하러 결정한 지 일주일 만에 로스앤젤레스로 넘어와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운이 좋았다 하고 또 같이 일 하는 셰프님들은 회사에 묶이면 발전이 힘들다는 이야기로 걱정을 하기도 하셧습니다.
저는 이제 프라이빗 셰프로 일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직업을 처음들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 것입니다.
프라이빗 셰프란 쉽게말해 저를 고용한 사람에게 밥을 해주는 직업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집에서 밥해주는 이모님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 일주일에 적게는 2번 많게는 6번의 이벤트를 만들어주는
이벤트 플레너 같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또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호텔급 코스요리 혹은 오마카세를 매 끼 다르게 만드는 직업입니다.
요리사로 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퀄리티 있는 6~8코스 요리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 아실 거예요.
일반적인 미슐린 레스토랑도 분기별로 메뉴가 바뀌는데 그걸 매 끼 바꿔야 하는 것은 요리경력 몇 년으로 되는 일이 아니죠.
저는 저희 팀에서 막내로 일 하고 있고 제 위에 셰프님들은 경력 20년 이상의 한국에서 유명하신 셰프님들입니다.
그분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긴 한지만 힘들 것과 한계가 있는 직업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제가 하고 있는 프라이빗 셰프라는 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 하는 일,..
- 엘에이의 식재를 파악해야 합니다. 어디가 신선하고 어떤 계절에 어디서 사야 적절한 가격에 좋은 퀄리티를 뽑을 수 있을지 알고 벤도어 (구매상)과 연락망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 메뉴에 넣을 모든 메뉴는 테스트를 해봐야 합니다. 저의 고용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의 재료를 산후 음식을 만들어 그분 비서들에게 전달하면, 고용인의 취향을 아는 비서들이 메뉴를 통과시킬지 말지 결정합니다.
- 알레르기 체크와 이벤트 테이블 배치, 사용할 식기를 정하고 식기가 없다면 이곳저곳 다니며 알맞은 식기를 구매합니다.
- 메뉴와 코스르 정합니다. 보통 에피 3개 메인 2개 전채 1개 디저트 총 6개 코스로 나갑니다. 모든 메뉴는 테스팅을 거친 후 확증된 디쉬여야 합니다.
- 메뉴의 재료를 사고 하루를 프렙 합니다. 마리네이드가 필요한 디쉬는 3일 전이나 그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 당일 동선 와인 종류를 확인하고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 좋은 점.
- 유명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누구를 만났는지는 계약상 비밀이지만,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위해 밥을 해 줍니다. 세계 0.1%의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습니다.
- 일이 마스터됩니다. 요리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매 이벤트 다른 환경에서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 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대단한 사람들과 일 하다 보니 자부심이 생깁니다.
- 단점.
- 불안정합니다. 저는 회사소속이라 괜찮지만, 프라이빗 셰프들이 실력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 일이 미친 듯이 많습니다. 주 60~80시간 일하며 쉬는 날도 불안정합니다. 워라밸이 없고,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집니다. 연애나 가족 챙길 시간이 없습니다. 그냥 원양어선 탔다 생각하고 일하는 게 편합니다.
- 몸이 망가집니다.
- 결론
- 세상 끝에서 하는 일이라는 느낌입니다. 정상에 서기 위해 뾰족한 산 봉우리에서 한 발로 균형 잡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세상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정작 나는 위태로운 기분.
- 분명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이고 큰 이력이긴 하지만 친구 또는 가족에게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오랜만에 생각 없이 글을 써 보네요.
일 년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며 일을 했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와서 시간이 진짜 금방 갔네요.
정말 생각 없이 써 내려간 글이라 이만 마칠게요. 계약상 제가 누구와 일하고 어떤 사람을 위해 일하는지
말할 순 없지만
제 일이 무엇인지는 어딘가에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행복하시고 감사합니다.